초등시절 국어학습

초등시절 도와줄 수 있는 것

 이러한 이유로, 자기의 주관이 아예 객관을 가리키거나, 또는 출제자의 의도나 인물의 상황이 머리에 떠오르는 아이로 자라면 참 좋겠지요. 이때 유용한 국어학습법 중 하나가, 많이들 알고 계시는  ‘책읽기가 최고다 ’라는 말입니다. 저는 여기에 수식어 하나만 더 붙이면 좋겠습니다.  ‘올바른 책읽기가 최고다 ’
 책을 많이 읽는다고 모두 고교학습에 도움을 주는 건 아닙니다.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읽어야 합니다.

 저와 상담하면서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아이가 독서는 정말 많이 했어요 ’라고 할 정도면 많이 읽은 겁니다. 거기서 제가 꼭 물어보는 게 두 가지 있습니다. ① 편식 했나요?  ② 독서 후 대화를 나눴나요?  이 두 가지가, 어릴 때 독서가 훗날 무용지물이냐 천군만마냐를 결정짓는 요소라 봅니다. 첫 대답에서 절반 탈락, 두 번째 대답에서 절반 탈락. 결국 독서를 많이 한 학생들 중에서도 최종  25%정도만이 독서의 혜택을 고교 때 누립니다. 그릇된 방법의 독서습관은 오히려 주관만을 더욱 고착화시키고 타인의 의도에 둔감해지게 할 수 있습니다.

  ① 편식. 

 잘 안 먹는 아이를 처음에 먹게 할 때에만 좋아하는 것을 주세요. 차츰 범위를 넓히시고요. 처음에 잘 안 되는 것 압니다. 장기전으로 가셔야 합니다. 이 시기 놓치면 야채는 골라내고 고기만 먹는 아이, 우유는 안 먹는 아이 등...... 나중에 힘듭니다. 편식은 영양의 불균형을 가져와 편협한 시각을 낳고 나중에 결국 당장의 성적을 위해 학원을 다니게 만듭니다.

 그런데 학원에서 고쳐진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게다가 국어는 입시가 끝났다고 해도 끝난 것이 아닙니다. 국어 기초체력은 어느 분야든 평생을 따라다닙니다. 학교든 직장이든 가정이든 심지어 연애 때까지도 늘 사람을 만나고 말을 하며 살아야 하니까요.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자신이나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사고도 결국 자기언어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② 독서 후 대화.

 요즘 대다수 동화책들이 책 끄트머리에 ‘생각해보기 ’, ‘대답해보기 ’, ‘왜 그랬을까?’ 등이 있는 것은 이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 이 시절 외국에서  2 년 이상 있었던 아이는 한글 독서를 했다하더라도 현격한 차이를 나타냅니다. 이는 다음에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정확히 읽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능력. 이는 아이 삶에 성적보다 더 중요한 자산이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한 아프리카계 인물이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능력은 여기서 나옵니다. 명쾌한 논리와 뜨거운 마음 , 그리고 그것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능력. 리더의 가장 중요한 기본중 하나입니다. 성적이 좋든 나쁘든 어떤 분야든 이런 분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갈수록 이런 분들의 희소가치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저는 못 갖췄지만 자식만큼은 그런 기회를 박탈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건 돈으로만 되는 것도 아니요 부모의 가슴으로만 되는 것도 아닙니다. 가슴과 머리에서 함께 나오는 게 진정한 사랑이자 헌신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기회가 많은 시기이기에 말이 길어졌습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국어학습에서 책의 효용이 훨씬 깊고 다양하지만, 영화나 음악 그림도 좋은 부재료입니다. 가령, 영화를 본 후 초등 아이의 일기를 보거나 얘기를 걸어보면 처음엔 다 이런 식입니다. ‘나는 오늘 영화를 봤다. 제목은 뭐였다. 참 재미있었다. 또는 나는 슬펐다.’ 그런데 이유를 물어보면 우물쭈물 입니다. 그냥 재밌으니까 . 그냥 슬프잖아. 심하게 말하면 아무런 이유도 없습니다. 생각하는 힘이 약한 것입니다.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기분 좋은 호르몬 나오고 마음이 편해질 때 대답이 쉬운 것부터 물어보세요. 그 영화 어떻게 알게 된 거야? (계기)  어떤 종류 영화야? (갈래)  궁금한데 줄거리 말해줄 수 있어? (전체 흐름, 구성)  그중 어느 부분이 기억에 남는데? (인상)  기억에 남는 이유? (평가). 아이를 생각하게 한다면 뭐든 상관없습니다. 이때 정색하며 똑바로 물어보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절대적으로 무심하게 물어야 합니다. 아이가 부담을 느낀다면 안 하는 게 더 낫습니다. 대답 잘하는 아이라면, 네가 등장인물 ㅇㅇ이라면 (시점 바꾸기), 감독이라면 (각색하기), 이 영화의 단점은 뭔지 (비판적 사고), 장면과 장면사이 생략된 부분 살리기 (추론적 사고) 까지 가봅니다.

 저학년이면 동화 구연 해주시는 어머님들 계시죠? 혼자만 하지 마시고 나중엔 자녀와 나눠서 해보세요. 번갈아 해도 되고요. 보통은 주인공의 감정에만 이입되기 때문에 여러 역할을 해 보는 게 좋습니다. 또한 친구와의 갈등도 아주 좋은 재료입니다. 실생활과 연계돼있어서 참여도나 몰입도가 엄청 높습니다. 이때를 놓치지 말고 한 사건을 여러 각도로 볼 수 있게 유도해 주면 굉장히 좋은 공부입니다.

 위  ① ②와 같은 초등 수능형 학습이  80%이상 되고 있다면, 이 어머님!, 나라에서 상 줘야 합니다. 이런 어머님 보면 저도 부럽습니다. 어쨌든, 다만  10% 만이라도 빨리 아이의 뇌를 이런 방식에 노출시켜야 합니다. 모든 게 정지된 빙하기가 곧 도래합니다. 사춘기. 위의 모든 것은 부모와 자식이 서로 친해야 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사고의 노출 정도와 횟수는, 고교 때 출제자 의도와 따로 논다거나 자기 주관만 보이는 상태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자기 생각만 떠오르는 건 근거가 빈약하거나 없기 때문입니다. 근거가 빈약하니 말도 안 되는 작은 이유 하나가 엄청 커 보이는 것이고 진리처럼 보이는 겁니다. 또는 이유가 없으니 모국어 화자로서의 자기감정, 즉  feel 이 툭툭 튀어 나오는 겁니다. 어른들도 그렇듯이 생각하는 힘이 부족하면 쉬운 감정이 먼저 튀어 나오고 자기만 보이는 이치이지요. 국어를 감으로 푸는 고교생은 그대로 그러한 어른이 될 개연성이 높습니다. 반드시 어렸을 적부터 다양한 책을 읽고, 묻고 대답하고 토론해야 합니다. 이때 초등 독서, 토론식 학원도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명심할 것은 엄마가 하는 것의  50% 정도 효과를 주는 학원이면 당장 가서 그 학원에 크나큰 격려와 칭찬 주셔야 합니다. 이른바 돈값 ....이미 초과달성 하셨습니다. 즉, 아시다시피 자연스럽게만 된다면 부모가 하는 게 가장 효과가 좋다는 겁니다.

 그리고, 책읽기 습관이 잘 밴 아이의 경우는 초등 학습지나 또는 시중 초등용 국어문제지를 구해 보시는 것도 생각해 보십시오. 많이 풀 필요는 없고  (지문 하나에 문제 몇 개 달린 것을  1 개로 보고) 주당  5~10 개 사이면 적당합니다. 저희 학원은 고등부만 있기 때문에 저는 제 초등아이를 이렇게 하게 했습니다. 이것의 효능은  ‘문제의 답은 지문 안에 있다 ’는 무의식을 갖게 하는데 있습니다. 모든 초등용 문제지는 반드시 지문 안에 답이 보입니다. 따라서 중학교 진학 때 지문분석을 중시하는 습관이 장착되어 올라갑니다. 자신이 평생 봤던 국어문제는 지문 안에 항상 답이 있더라는 무의식은, 자신의 주관보다 지문에 무게중심을 두게 만듭니다 . 요즘 고 3 의 살인적 난도로 회자되고 있는 비문학의 토대가 되지요. 물론 그때는 지문 안에 있되 꼭꼭 숨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상일이 다 그렇듯 저 또한 아이의 인생이 계획대로 다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운도 필요하고, 예술의 경지를 요하는 것이 우리들 자식 키우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부모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계획을 세우시고 아이에게 일관성을 지키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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